1회차에서 우리는 자녀가 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금전 무상 대여' 전략이, 개인이 직접 빌려줄 때(2억 1,700만 원)보다 10배 많은 21억 7천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자녀 법인으로 이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컨설턴트들이 "증여세 없이 돈을 불릴 수 있다"며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으로 영업하고 있지만, 그들은 계약을 위해 장점만을 어필하고 리스크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절세를 위한 세무 컨설팅은 공격적일수록 그에 상응하는 과세 리스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번 2회차에서는 납세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이 전략의 두 가지 치명적인 함정과 함께, 실제로 과세 관청이 이 거래를 어떻게 해석하고 상속세를 부과하는지 심도 있게 다루겠습니다.
1. 첫 번째 함정: 빌려준 돈은 상속 재산가액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특수관계법인에 금전을 대여할 때 자산가 부모들이 가장 흔하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내 계좌에서 돈이 빠졌으니, 상속 재산에서도 빠질 것'**이라는 오해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특수관계법인에 빌려준 돈은 말 그대로 부모와 법인 간의 **'채권액'**에 해당합니다. 부모님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에 이 채권액은 상속 재산가액에서 제외되지 않고 고스란히 상속 재산에 합산되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만약 21억 7천만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었다면, 이 금액은 절세된 것이 아니라 상속세 과세 대상으로 그대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 전략이 상속세를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그 돈을 운용하여 불린 수익을 자녀의 법인에서 증여세 없이 취득하게 만드는 **'자녀의 부 축적 기회'**에 가깝습니다.
2. 두 번째 함정: 증여세 비과세가 상속세를 면제해주지 않는다
가장 의아한 부분은 자녀에게 특정법인 이익의 증여 의제(상증세법 제45조의5) 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았는데도, 왜 나중에 사전증여재산으로서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이 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최근 심판례들에서도 이러한 과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이 사안은 감사원의 기획 감사 아이템으로도 점검이 되는 상황입니다.
가. 상속세 과세가액 합산의 법적 근거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세법의 복잡한 조항 적용 원칙 때문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3조 제1항은 하나의 증여에 대하여 둘 이상의 규정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 그중 이익이 가장 많게 계산되는 것 하나만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금전 무상 대여 거래에 동시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두 가지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증세법 제41조의4 (금전 무상 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개인이 직접 대여 시 적용되는 규정.
- 상증세법 제45조의5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특수관계법인에 대여 시 적용되는 규정.
납세자는 제45조의5를 적용하여 증여의제이익이 1억 원 미만임을 입증함으로써 증여세를 회피합니다.
나. 과세 관청의 해석과 심판원의 판단
하지만 과세 관청은 다르게 해석합니다. 과세 관청은 제45조의5(특정법인 증여 의제)를 적용하는 것보다 제41조의4(금전 무상 대출 이익)를 적용하는 것이 과세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제41조의4를 통해 계산된 이익은 합산배제증여재산의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과세 관청은 해당 이익을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게 됩니다.
결국 심판원도 이 부분을 받아들여, 특정 사례(조심2022서2030)에서 납세자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특수관계법인을 통하면 증여세 없이 거액을 빌려줄 수 있다는 컨설팅에 안심하고 실행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무상 대여 이자만큼의 증여이익이 5년 치 사전증여재산으로 고스란히 과세된 것입니다.
3. 공격적인 절세가 남긴 숙제
특수관계법인을 활용한 무상 금전 대여가 수십억 단위라면, 당장 무이자로 쓰는 것은 좋지만 예상치 못한 상속이 발생될 경우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는 가액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무상 대여 기간 동안 자녀 법인이 빌린 돈으로 기대만큼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면, 나중에 상속세로 과세되는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격적인 절세 전략이 불러올 수 있는 가장 심각한 후폭풍입니다. 단기적인 증여세 회피 효과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속 시점의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자산가에게는 훨씬 중요합니다.
다음 3회차에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특수관계법인 전략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설계와 타이밍에 맞는 조치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