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소득 자산가를 중심으로 특수관계법인(이하 "법인")을 활용하여 자산을 관리하고 세금을 절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 기관과 세무 컨설턴트들은 '금전 무상 대여' 방식을 효과적인 세테크 수단으로 제시하며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법인을 활용한 금전 무상 대여는 자녀에게 절세 효과와 함께 부를 축적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절세 효과를 넘어 상속 개시 시점에 중대한 세금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그 구조와 위험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1회차 글에서는 자산가들이 왜 이 전략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법인이 개인 대여 대비 얼마나 큰 '증여세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개인이 자녀에게 무이자로 빌려줄 때의 한계
상증세법 제41조의4는 타인에게 금전을 무이자로 빌려주거나 낮은 이자율로 대여받는 경우, 그로 인해 혜택을 본 이자 상당액이 1천만 원 이상인 경우 이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돈을 무이자로 빌려줄 때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최대 한도는 약 2억 1,70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금액을 초과하여 빌려주면 증여세 과세 기준(1천만 원)을 넘게 되어 증여세가 부과될 위험이 생깁니다.
하지만 자산가들이 물려주고 싶은 자금은 보통 수십억 원 단위입니다. 2억 원으로는 사실상 의미 있는 증여 플랜을 짜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바로 법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2. 법인 활용의 마법: 10배 증여세 절감 효과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전략은 자녀에게 직접 빌려주는 대신, 자녀가 주주로 있는 법인에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구조를 취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구조를 이용하면 개인이 직접 대여할 수 있는 금액인 2억 1,700만 원의 10배에 해당하는 21억 7천만 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게 됩니다.
왜 10배 더 빌려줄 수 있는가?
이러한 파격적인 한도가 생겨나는 근거는 상증세법 제45조의5에 규정된 '특정법인 이익의 증여 의제' 조항 덕분입니다.
- 특정법인의 정의: 자녀가 주주로 있는 법인은 이 법에서 말하는 '특정법인'에 해당합니다.
- 과세 기준: 부모가 자녀 법인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줄 경우, 법정 이자율인 4.6%를 기준으로 계산한 증여의제이익이 주주(자녀)의 지분율을 곱한 후 1억 원 이상인 경우에만 자녀에게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즉, 증여의제이익이 1억 원을 넘지 않도록 대여 금액을 설정하면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21억 7천만 원의 계산 근거 (자녀 1인 주주 100% 가정)
법정 이자율 4.6%를 적용했을 때, 증여의제이익이 1억 원이 되지 않는 최대 대여 금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 \text{21억 7천만 원} \times \text{4.6%} \times \text{100% (지분율)} < \text{1억 원} $$
이 계산 결과, 대여금이 약 21.7억 원일 경우 증여의제이익이 1억 원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납세자는 증여세 과세 없이 법인을 통해 개인 대여 대비 10배에 달하는 목돈을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3. VIP 자산가에게 어필하는 컨설팅의 현장
금융권과 보험사 컨설턴트들은 바로 이 '10배의 마법'을 이용하여 VIP 자산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산가들에게 다음과 같이 영업합니다.
"자녀를 주주로 하여 법인을 설립하시고, 이 자녀 법인에게 목돈을 빌려주십시오. 증여세 없이 자녀 법인으로 20억 원 이상의 돈을 이전할 수 있습니다."
"자녀 법인 계좌에 들어있는 이 돈을 저희가 잘 운용하여 불리면, 운용 수익은 고스란히 자녀가 취할 수 있으니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이처럼 법인을 통한 금전 무상 대여는 자산 승계 계획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막대한 자금을 세금 부담 없이 자녀의 통제 하에 있는 법인으로 옮기고, 그 법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자녀의 부로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특정법인 컨설팅을 활용하는 보험사 컨설턴트들의 영업도 매우 공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 다음 단계로의 안내: 장점 뒤에 숨겨진 리스크 인식
법인을 활용한 무상 대여 전략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절세를 위한 공격적인 세무 컨설팅은 항상 그에 상응하는 과세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컨설턴트들이 계약을 위해 장점만을 어필하고 리스크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인을 통한 금전 무상 대여는 단순히 절세 효과를 넘어 상속 개시 시점에 중대한 세금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주의사항은 자녀 법인에 빌려준 돈, 즉 채권액은 부모님의 상속 개시 시점에 상속 재산가액에서 제외되지 않고 그대로 상속 재산에 합산된다는 것입니다. 자산가 부모님들은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으니 상속 재산에서도 빠질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다음 2회차 글에서는 납세자들이 안심하고 실행했던 이 '금전 무상 대여' 전략이 상속 시점에 어떤 예상치 못한 **'상속세 과세 리스크'**를 불러오는지, 그리고 왜 증여세 과세 없이 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증여재산으로 합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화 분석을 다루겠습니다.